2019년 6월 4일, 맑음
퇴사 9일 차.
월요일, 화요일 그냥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서 파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좌판을 깔고 그림을 팔고 있는 외국인 둘을 만났다. 여기, 집 근처 지하철 역이 그렇게 번화가도 아니고 외국인이 올만한 관광지도 아닌데... 상당히 낯설었다.
그림을 팔고 있는 사람들은 신혼부부였고, 직접 그린 그림을 팔면서 그 돈으로 전세계를 여행 중이라고 했다. 내 영어 실력이 별로라 제대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본 몇 개 안 되는 여행지는 이미 다 갔다 오셨고, 한국은 베트남에 갔다가 넘어오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림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었는데 그 사람들의 인생이 너무 신기하고 대단해 보여서 나에겐 매우 큰 거금인 만원을 드렸다ㅎㅎㅎ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는지 상상이 안된다. 내 기준으로는 범점할 수 없는 인생이고 또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여행을 좋아해서 때로는 그런 삶을 꿈꾸지만,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걸 너무 무서워한다.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회사에 들어가야 되고, 남들이 버는 만큼은 벌어야 되고, 남들 결혼할 때 결혼해야 될 것 같고, 하여튼 그런 종류의 사회적인 통념들에 맞춰 살아야 한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 살아왔고, 나름 잘 맞춰서 살아왔다.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고, 한 번 벗어나면 다시 되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무섭다. 퇴사하면서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결론 : 가진건 쥐뿔밖에 없지만, 그 쥐뿔도 아까워서 포기 못하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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