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엔 사진 자료가 없다. 연수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이미 휴대폰을 뺏겼다.
0. 면접 후기
총 240명 정도가 합숙 면접에 응시했고 5 배수 선발이었다. 결시는 몇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응시 인원이 많아서 1차, 2차로 나누어 22-23일, 24-25일 두 번에 걸쳐 합숙 면접을 시행했다. 일반 금융 분야 지원자와 IT분야 지원자 모두 같이 합숙 면접에 참여했고 단, 조는 분야별로 나누어 편성됐다. IT는 IT끼리 면접보고, 금융은 금융끼리 면접 봤다.
전체적인 면접 분위기는 매우 부드럽고 편안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1박 2일 합숙 면접의 중압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면접관들과 대구은행 측에서 충분히 지원자들을 배려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기술 수준이나 지식보다는 인성을 위주로 봤고, 강연이나 액티비티가 일정에 있어서 MT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둘째 날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1. 집합/연수원
09:40에 대구은행 본점 지하 1층에 집합했다. 지원 번호를 받고 조 편성받았다. 간단하게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로 연수원으로 출발했다. 죄다 네이비 색 정장으로 맞춰 입고 걸어가니까 군인들 같았다.
40분 정도 걸려서 팔공산에 있는 칠곡 대구은행 연수원에 도착했다. 2인 1실 혹은 3인 1실로 방을 배정받았고, 방은 깔끔하고 침대 매트리스, 보일러 등 불편한 점은 없었다. 방마다 과자랑 물이 비치되어 있었고 칫솔, 치약, 드라이기, 수건과 같은 기본 물품은 지급이 됐다. 짐을 풀고 대강당으로 내려갔다.
2. 인성면접/PT면접
우리 조는 8명이었다. 면접관 셋이 참가해서 8:3으로 면접을 봤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인성면접과 PT면접이 동시에 진행됐다.
면접이 시작되면 면접관이 누가 먼저 할 건지 물어보는데 첫 번째는 반드시 피하라 말하고 싶다. 중간이 가장 적당하다. 자기 순서가 오면 면접관이 키워드들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키워드는 IT 인프라, OS, 모바일, 빅데이터, AI 등 8가지 정도 있었다. 하나의 키워드를 정한 다음, 2분 생각하고, 3분 동안 발표를 한다. 발표가 끝나면 2분 정도 자기소개를 하고, 인성면접이 진행된다.
나는 두 번째 순서로 면접을 봤다. 늦게 하면 키워드를 뺏길까 봐 일찍 도전했는데, 키워드는 이미 사용된 키워드라도 중복으로 사용 가능하더라. IT 인프라 키워드를 선택했고, 2분 동안 PT를 어떻게 할지 구조를 짜 봤는데 긴장해서 머리가 안 돌아가더라. 어찌어찌 발표하고 준비해온 자기소개를 했다. 주로 사용하는 언어, 프로젝트 경험, 그 속에서 본인의 역할, 퇴사 사유, 지원 동기, 힘들었던 경험 등 그렇게 난이도 높고 깊은 질문들은 아니었다.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질문을 받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물어봐준다.
3. 토론면접
인성/PT 면접 후 조금 쉬고 같은 장소, 같은 면접관들과 토론 면접이 진행된다. 토론 주제는 세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주제는 1. 최저 시급 인상을 이용한 소득 주도 경제 성장 찬/반 후 결론 도출, 2. 인터넷 실명제 찬/반 후 결론 도출, 3. 기억 안 남.
면접관은 후보 주제만 주고 그 이후에 주제 선택부터 토론 방식 결정까지 지원자들이 모두 알아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는 사회자를 해야만 한다. 본인이 자신 있는 주제가 없다면 얼른 사회자를 선택하되, 사회자 하는 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하도록 하자. 대충 토론 순서는 '안건 소개 - 기조발언 - 한 명씩 순차 발언 - 자유 토론 - 최종 발언 - 결론 도출 - 마무리'로 진행이 됐다.
이번에도 다행히, 한 분이 사회자를 자처하셨고 무난하게 이끌어 주셨다. 우리 조는 가장 쉽고 무난한 2번 주제를 선택했다.
4. 직무적합성 면접
직무에 적합한 지를 판단하는 면접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인성면접으로 느껴졌다. 3:1로 진행됐는데, 3분 자기소개 후에 취미가 뭔지, 이직을 하는 이유가 뭔지, 힘들 땐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영업점 근무할 수도 있는데 괜찮은지 등을 물어봤다. 편안한 분위기에 면접관들도 친절해서 술술 얘기가 나왔다.
5. 저녁 식사
연수원 밥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조원들과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편한 복장으로 환복 했다.
연수원에서의 활동은 거의 조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원들과 잘 지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둘째 날에 액티비티나 조별 PT 발표에서 팀워크를 보여줘야 할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조마다 루키라고 불리는, 대구은행 2-3년 차 직원이 한 명씩 붙는데 주로 불편사항을 체크해주거나 면접장으로 안내를 해준다. 이 직원들이 지원자 평가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면접 시간이 아니라도 팀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6. 강연/치킨 파티
저녁을 먹고 초빙 강사의 강연을 들었다. 평가와는 상관없었고, 내용도 재밌어서 들을만했다. 여기서 MT 같다는 느낌을 좀 받았는데, 대구은행에서 그래도 일정에 신경 썼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는 내일 있을 조별 PT 발표를 준비했다. 옛날에는 치맥을 줬다는 후기를 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쉽게도 치킨만 받았다. 치킨 먹으며 조원들이랑 얘기하고 마저 PT발표 준비를 했다.
7. 다음날 아침
기상해서 간단하게 체조를 하고, 연수원 두 바퀴 돌았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09:00까지 강당으로 집합.
8. 심층면접
1:1로 진행됐다. 물어보는 내용은 첫날 인성면접과 많이 비슷했다. 그래서 첫날에 못다 한 얘기가 있으면 여기서 말하면 된다.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9. 액티비티
운동장에서 액티비티를 진행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청해서 조별로 미션을 수행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조가 우승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얻은 점수는 합/불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고, 그냥 참여도와 활동성을 보는 것 같다.
단체 줄넘기, 조 별 제기차기 등등 5가지 미션이 있었는데 가장 빨리 끝내는 조가 우승한다. 그냥 열심히 재밌게 하면 된다. 박수 많이 치고, 우리 팀 응원해주고, 환호성 질러주고. 평가 요소인지는 모르겠다. MT 같았고 재밌었다. 이것만 또 하고 싶다ㅎㅎㅎ
10. 조별 PT
조별로 준비한 PT를 했다. 주제는 '이종산업 기업 인수를 통한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 방안 모색'이었다. 큰 전지를 주니까 거기에 크레파스랑 색연필로 예쁘게 PPT처럼 만들면 된다.
우리 조는 그냥 내용 준비하고 한 명이 발표했는데, 다른 조들은, 특히 금융 지원자들은 콩트, 연기, 춤 등 다양한 방법으로 PT를 하더라. 여기서 나의 불합격을 확신했다. 실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게 아니니까 사업의 수익성이나 공익성, 실현 방법보다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법, 효율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위주로 PT 하자.
11. 면접 종료
1박 2일간의 길고 긴 면접이 종료됐다. 명찰을 반납하고, 면접비 30,000원을 받았다. 대구 지역은 30,000, 서울은 100,000까지 받은 것 같다. 버스 타러 계단 내려가는데 직원들이 다 나와서 계단 양쪽에 사열해서 고생했다고 박수쳐주더라. '면접 볼 때야 지원 자지, 연수원 나가면 다시 고객이니까 마지막에 이미지 메이킹한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면접 내내 지원자들을 많이 배려하는 게 느껴졌어서 마지막까지 배려로 느껴졌다. 조원들이랑 술 한잔하고 헤어졌다. 입사 동기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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